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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작성일 : 14-12-22 10:55
산타가 있던 겨울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092  
산타가 있던 겨울

흰 눈이 올 것만 같은 날입니다.
이런 날이면 영락없이 눈이 오는 곳이 있습니다.
겨울이면 초가집 추녀 끝으로 주렁주렁 고드름이 열리고,
산에는 나무마다 흰 눈꽃이 만개합니다.
개울물 흐르다 모인 웅덩이 한쪽의 얼음을 돌로 내려치면
기절한 중태기들을 건지기도 합니다.
그곳은 너무 깊은 산골이라 겨울이 다 지나도록 아무것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도 눈에 묻혀 버립니다.
어느 해 겨울 그곳에 산타클로스가 왔습니다.
사슴들이 끄는 썰매를 타고 왔습니다. 40년쯤 전의 일입니다.

함박눈이 오는 밤 읍내 중학교에 다니는 고모는
내게 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전 날밤 산타가 착한 어린이를 찾아 다니며
선물을 준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나는 기가 죽었습니다.
나는 착한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동생과 자주 싸우고,
지난번 장날에는 할머니를 따라 가겠다고 땅에 뒹굴며 떼를 쓰기도 했거든요.
크리스마스까지는 다섯 밤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그 산골에서 닷새 동안에 착한 아이가 되기는 불가능했습니다.
흰 눈이 내리던 크리스마스 전 날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뒷산의 소나무도, 추녀 끝의 참새도,
마루 밑의 멍멍이도 다 담든 후에야 잠이 들었습니다.

꿈을 꾸었습니다.
동생과 내가 장고개로 할머니 장 마중을 나갔습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멀리서 할머니가 보따리를 이고 오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할머니는 나와 동생의 고리땡(골덴) 바지와 사탕을 사오셨습니다.
나는 내 바지와 사탕을 동생에게 주었습니다.
동생은 자기 것도 있다고 했지만 나는 막무가내로 내 것을 동생에게 주었습니다.
주겠다는 나와 싫다는 동생이 서로 씨름을 하다 잠이 깼습니다.
부스스 잠에서 깨어 두리번거리던 내 눈에 베개 머리맡에 놓인 물건이 보였습니다.
공책 한 권과 향나무 연필 두 자루, 박하사탕 몇 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산타가 왔다 간 것입니다.
와- 나는 착한 아이였던 것입니다. 마루로 뛰어 나갔습니다.
그러나 마당에는 흰 눈이 수북이 쌓여 있고 누가 왔다간 흔적이 없었습니다.
분명히 산타가 왔다 갔는데... 그러나 의문은 금방 풀렸습니다.
증인이 나타났습니다.
고모가 어젯밤에 사슴들이 끄는 썰매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산타를 보았다는 것입니다.
산타가 분명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산타가 아니면 어떻게 내가 향나무 연필을 갖고 싶었던 것을 알았겠습니까?

지금도 그 곳엔 눈이 내립니다. 백설화 꽃잎들이 소리 없이 내립니다.
포근한 평화가 흰 눈 위로 차곡차곡 쌓여 갑니다.
나는 오늘도 고향 집 마루에 서서 내리는 눈을 바라봅니다.

“실로 내가 내 심령으로 고요하고 평온케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 어미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중심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 (시 131:2)

출처 미상